히든챔피언이 정답은 아니다

업체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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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7/31/2023073100042.html
  •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시몬(Hermann Simon)이 2008년 처음 소개한 히든챔피언 기업은 세계시장 점유율 톱3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조 중견 기업이다. 오랜 업력으로 틈새시장에서 전문화된 제품을 제조하며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국가인 우리에게 히든챔피언은 참신하고 건강한 미래 대안으로 여겨졌다. 당시 히든챔피언 기업 가운데 절반은 독일 기업이 차지했다. 2위는 미국으로 숫자가 독일의 약 4분의 1 수준에 달했다. 3위는 일본, 그다음은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순이었다. 그럼 히든챔피언 기업을 많이 배출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과연 히든챔피언이 우리 환경에 맞는 중견 기업 육성 정책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현 한양대 특훈교수,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현 한양대 특훈교수,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히든챔피언 강국 독일·미국·일본의 공통점

    독일은 39개의 소국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다가 1871년 통일됐다. 통일 이후에도 그전에 존재한 전통적인 지역 자치제도를 유지 발전시켰다. 일본의 경우도 지역별 쇼군 통치 시대를 거쳐 1603년 시작된 막부 시대에는 약 300명 지역 영주가 영지인 번을 다스리는 봉건제를 유지했다. 미국의 경우도 건국 초기부터 주별로 고유한 자치 입법 행정 사법 제도를 정착시켰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산악 지형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쉽지 않았다. 각자 태어난 고장에서 도제식 직업 교육을 받고 숙련된 일에 종사했다. 이탈리아도 북부 지방은 농업에 적합하지 않은 지형이어서 수공업을 중심으로 지역 자치제도를 유지했다. 이와 같이 히든챔피언 기업을 많이 배출한 나라의 공통점은 역사적으로 지방자치제도를 오랫동안 유지 발전시키며, 지역별로 교육, 산업, 금융, 문화의 독립된 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었다.

    프랑스는 기후와 지형이 농업에 유리해 전통적으로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다. 그리고 중앙집권적인 국가였다. 프랑스 청년의 꿈은 고향인 농촌을 떠나서 파리의 엘리트 코스인 파리고등사범학교, 파리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을 졸업한 후 중앙 정부의 고급 관리나 공기업의 간부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거나 고시에 급제해 관리가 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의 증거였다. 프랑스가 독일에 붙어 있으나 히든챔피언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고, 한국이 일본과 가까이 있으나 히든챔피언 기업이 매우 적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프랑스나 한국이 이웃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희망적인 미래를 가진 것은 아니다.

    대기업 주도 성장 장점 유지 동시 중소기업 기회 확대 필요 

    한국수출입은행에서는 2009년부터 10년간 20조원을 지원해 수출 1억달러(약 1288억원) 이상의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업 300개를 육성하는 계획을 수행했다.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그간 수출입은행에서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한 기업군의 매출과 수출액 증가율은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 기업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산업은 대기업 중심이다. 대기업이란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중소·중견 기업군 선단이 공급 생태계를 완성하고 도시를 번영시켰다. 오래전 부산의 신발, 대구의 섬유, 여수의 석유화학, 창원의 기계·방산, 구미의 전자, 포항·광양의 제철, 울산의 조선과 자동차 그리고 아산·파주의 디스플레이, 평택·청주의 반도체 그리고 경북의 이차전지·자동차부품, 미래 용인의 반도체가 그 예다. 이는 성공 신화가 됐다. 지난 70년 이상 대기업 중심 산업 국가를 공고히 해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를 달성한 제조 강국이 됐고 미래 산업도 훌륭히 선점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대기업 공급망에서 벗어나 틈새시장에서 자력갱생해 히든챔피언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의 교육, 산업, 문화, 자치에 대한 자부심의 뿌리가 깊고, 지방에서 높은 수준의 삶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수도권 집중 세계 1위 국가에서 자금 지원만으로 히든챔피언 기업을 만드는 것은 역부족이다. 파급효과가 제한적이고 인구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이처럼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정책보다는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신산업의 걸림돌인 규제를 풀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물길을 터줘야 한다. 그간 잘해온 대기업 중심 산업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법과 기업 문화 관점에서 더욱 공정하게 중소·중견 기업에 기회를 넓혀주는 정책이 더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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