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삶 vs 가치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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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건강, 자식은 우리 국민의 제일 큰 관심사다. 더 많은 돈, 더 건강한 가족, 더 잘된 자식을 위해 올인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돈과 건강과 자식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단기간에 달성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절제하고 인내해야 한다. 자산가의 경우도 최소 3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끝이 없다. 특히 우리는 지독히 남과 비교하고, 내가 남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 노심초사하며, 늘 새로운 경쟁자를 앞세운다. 겉으로는 부러울 것이 없는 큰 부와 높은 명예를 가진 이를 많이 봤지만,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게 갖고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큰 부자는 자식이 걱정인 경우가 많았고, 훌륭한 자녀와 건강한 몸을 가진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은 긴 여생을 뒷받침할 재산이 모자라 근심이 컸다. 본인과 가족의 육체적·정신적 질병은 늘 어찌할 수 없는 말 못 하는 그늘로 남아있다. 살아오면서 시간과 노력을 집중해 그중 하나를 원하는 만큼 얻더라도 그간 소홀히 한 나머지들이 저절로 커 주지는 않는다. 돈에 집중하면건강과 자식을 소홀히 하기 쉽다. 경고의 신호가 울린 후 되돌아 챙기려 해도 이미 시간이 늦었다. 돈이 있다고 자식을 한순간에 회복시키기는 힘들고, 돈이 많을수록 자식들 간 싸움은 커진다. 그나마 본인의 의지가 통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 정도다.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돈, 건강, 자식의 세 다리로 된 의자에 안정적으로 앉아있는 인생을 보기 힘들다. 인간은 본래 가지면 교만해지고, 중용과 절제의 덕성을 소홀히 한 데서 비롯된 자업자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과 지독한 경쟁이 불러온 폐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뛰어가는 달리기다. 다리가 세 개인 의자에 앉으려면 다리 길이를 맞춰야 한다. 그러나 모진 세월을 뚫고 어떻게 늘이온 다리인데 어느 다리 하나도 애착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다른 다리와 길이를 맞추려고 긴 다리를 자르지 않는다. 대신 습관대로 자꾸 한쪽 다리를 늘이려 하니 점점 길이가 맞지 않는다. 욕심 때문에 미루다 보면 늙어서 건강이 나빠져 힘이 빠지고 자식들 머리는 굵어진다. 시간이 갈수록 앉지도 세우지도 못하는 쓸모없는 의자가 된다. 이 세 가지의 마지막 공통점은 이기적이다. 내가 좀 더 앞선다고 아무도 나를 칭찬하지 않는다. 나보다 나은 사람은 내가 넘어서야 하는 경쟁자일 뿐이다. 그러기에 이를 성취한 사람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인색할 수밖에 없다. 설사 돈, 건강, 자식을 원하는 만큼 다 가진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이유로 존경받지는 않는다. 다만, 그만큼 갖지 못한 사람들의 부러움은 살 수 있다. 

다리 길이가 각각 다른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의자에 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리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다. 네 번째 다리는 남을 위한 이타적인 다리여야 한다. 이 다리는 이기심의 세 다리와는 달리 유연하게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가장 긴 이기심의 다리 길이만큼 이타심의 다리 길이를 조절하면 최소한 앉을 수는 있다. 이타심은 인생을 의자에 앉게 할 뿐 아니라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을 존경받게 한다.

돈을 벌고 불리는 과정에서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려는 무자비한 욕심 때문에 세상의 비난을 받던 부자도 그 돈의 대부분을 공익을 위해 기부하는 유언을 남기면 그 사후의 역사는 칭찬과 존경으로 바뀐다. 자선과 기부로 결론 맺은 미국 대기업가들의 공통된 인생은 이후 미국 기업가들의 살아생전 욕심을 기업가 정신으로 포용했다. 멀리는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와 스탠더드오일의 존 데이비슨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 가까이는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Bill Gates)가 그 예다. 이런 기업가의 이타적 기부로 미국 곳곳에 대학이 설립되고, 공공 도서관이 세워지고, 문화 공연장과 미술관이 건축돼 더 경쟁력 있는 교육과 문화 인프라를 구축했다. 미국의 경쟁력은 기업가의 기부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가는 죽기 전 어떻게든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욕심이 크다. 이런 이기심 때문에 기업가 정신도 기업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자식에게 물려준 돈은 대부분 그 돈을 받은 자식도 그르친다. 이타적인 돈만이 사회의 거름이 되고 존경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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