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외진 곳에 MZ 직원 '북적'…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 [중기 탐구-숨은 1인치]

업체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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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845474?sid=101
  • 신동우 나노 회장(가운데)과 직원들이 창립 24주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 청리지방산업단지에 있는 환경 촉매 기업 나노(NANO). 지난 12일 이곳에선 창립 24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장의 분위기는 여느 중소기업과 확연히 달랐다. 사회를 맡은 이는 입사 3년 차 막내 직원 유은영 씨(22). 직원들이 모인 강당도 20~30대로 북적였다. 신동우 나노 회장은 “나노는 젊은 직원들이 더 많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청년 직원들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나노 창립 24주년 기념식에 모인 2030 직원들


    나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현장직과 사무직을 합쳐 80명이다. 이 중 20대는 29명, 30대 20명, 40대 20명, 50대 10명, 60대 1명이다. 60대는 신 회장이다. 청년들이 외면해 주로 고령자만 남아 있는 다른 중소기업과는 딴판이다. 지방의 외진 곳에서 공장을 돌리는 중소기업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급여 & 복지 우수

    나노가 청년들을 끌어들인 첫 번째 요인은 급여와 복지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나노는 거꾸로 임직원들의 임금을 올해 10% 올렸다. 현재 대졸 초임 연봉은 약 3400만 원. 중견기업 평균(약 4000만 원)에는 못 미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에 비해 많은 편이다. 신 회장은 “2030년 매출 3000억 원이 달성되면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위계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문화다. 품질관리부에서 근무하는 신수경 씨는 “퇴근할 때 눈치 안 보고, 연차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유은영 씨는 “3년간 근무하면서 부서에서 강압적인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며 “문제가 생겨도 상급자가 호통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모여서 해결책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현장직 & 사무직, 고졸 & 대졸 차별 없어

    인사관리도 독특하다. 우선 현장직과 사무직을 구분하지 않는다. 신 회장은 “대학에서 HR(인적자원관리)을 전공한 아들의 조언을 듣고 2008년부터 현장직과 사무직의 직급을 통일했다”며 “승진 방식 등에서 차등이 없으니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졸 사원과 대졸 사원을 차별하는 일도 없다. 고졸 초임도 연 2800만~2900만원 선으로 대졸 초임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편이다. 함께 면접을 본 고졸자와 대졸자 중 고졸자가 채용된 사례도 있다. 한 사원은 “누구나 나노의 직원일 뿐 상대적 박탈감을 고민하는 동료는 없다”고 말했다.
     

    탕비실을 개조해 마련한 카페테리아.

     


    근무 환경도 ‘사원의 행복’이라는 사훈(社訓)에 걸맞다. 사무동 1층엔 헬스장과 탁구대 골프연습장이 마련돼 있다. 탕비실은 카페테리아로 바꿨다.

    구내식당에는 청년들이 좋아하는 튀김류 등의 메뉴가 자주 나온다. 나노는 사무공간도 최근 확뜯어고쳤다. 직원들이 자신의 취향대로 책상 등 가구 디자인과 색상을 정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 전문가를 붙여줬다. 이달 초에 끝난 이 작업에 걸린 기간만 1년이다. 신 회장은 “스스로 사무공간을 꾸미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며 “회사에서 획일적으로 배치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에게 인테리어 전문가를 붙여줘 새로 꾸민 사무공간.

     

    임금 피크제도 없어…"직원 기죽이는 일은 안해"

    나노엔 임금 피크제도 없다. 직원들을 기죽이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 신 회장은 “판매량을 늘리거나 단가를 올려 이를 커버하는 것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이라며 “평소 거래처를 만날 때도 제품을 못 팔아도 좋으니 늘 당당하게 대하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나노에 청년 직원뿐 아니라 장기근속자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밑바탕에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창립 4년 때 근무했던 10명의 직원도 모두 남아 있다. 나노는 이번 기념식에서는 20년 차 직원 두 명에게 순금 20돈을 증정했다.

    최자영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성과나 매출 중심의 기능적 측면을 넘어 자아실현이나 비전 등 상위 개념의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를 중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나노의 근본적인 경쟁력으로 직원들은 ‘비전’을 꼽는다. 아직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직장이라는 것이다.

    나노는 국내 최초로 탈질 촉매룰 개발한 기업이다. 탈질 촉매는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석유화학공장, 선박의 디젤엔진 등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주범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자칭 ‘대한민국 공기청정기’를 표방한다.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70%로 1위, 선박 디젤엔진 탈질 촉매 공급은 세계 1위다.

     

    나노 탈질 촉매 국내 1위…복합 촉매 신제품도 개발

    신동우 나노 회장이 벌집 형태의 탈질 촉매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모두가 긴축 경영에 나서는 요즘 나노는 ‘확장 경영’을 외치고 있다. 직원들의 급여를 올린 데 이어 운송 차량도 교체했다. 기업이 그동안 거둔 성과에 안주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최근 NOx뿐 아니라 일산화탄소(CO)까지 잡을 수 있는 복합촉매를 개발해 양산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상주공장에 1200㎥ 규모의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에 탈질 촉매 제품 수출을 늘리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경북 상주 본사에 한쪽에 새로 짓고 있는 촉매 공장.


    신 회장은 원래 재료공학을 전공한 교수였다. 한양대 공대와 KAIST를 나온 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을 거쳐 1995년부터 국립 경상대 교수로 재직했다. 나노를 창업한 건 1999년. 외환위기 여파로 제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나노 경영에는 독일 연구원 시절 현지기업의 운용 방식에서 보고 느낀 점이 많이 배어있다.

    지난해 나노의 매출은 512억원. 올해 600억원이 목표다. 계열사인 나노케미컬, 나노엔지니어링, 나노오토, 나노NBG 등의 목표까지 합치면 올해 나노그룹의 총 매출은 약 2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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