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과열 유감

업체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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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3/27/2023032700033.html
  • 2019년부터 본격 결성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인 2020년과 2021년 규모가 크게 늘었다. 대부분 언론은 거의 매일 ESG 기사로 도배했고 대학과 연구소는 이런저런 이름의 ESG 연구소를 세우고, 전문가를 자처했다. 갑자기 세상의 화두가 된 ESG를 알기 위해 너도나도 공부에 뛰어들었다. 대기업과 공기업은 ESG 실행 조직을 만들고 우리 회사가 ESG 경영에 더 앞서가고 있다고 적극 홍보했다. 여성 임원을 임명하는 것조차 ESG 경영 실적으로 내세웠다.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현 한양대 특훈교수,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현 한양대 특훈교수,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이 광풍의 원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ESG는 이미 진리이며 이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시대 흐름에 역행해 결국 퇴출당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세계의 학계, 정치계, 경제계의 최고 권위 지도자 대부분이 한목소리로 ESG를 강조하니 견문이 좁은 시민이 가늠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필자가 소속된 전문가 단체에서 ‘우리는 ESG로 간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한 기업 ESG 추진 위원장을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질의응답 시간, 필자는 말했다. “나는 지방에서 제조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ESG 하나하나는 결국 비용이다. 나는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지역 기업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은 지금 당면한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지킬 여력이 없다. 그러나 이는 법이므로 지키지 않으면 죄인이 된다. ESG는 법 이상의 선한 기준을 지켜서 착한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 문제는 그런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돈이 없다. 대기업은 ESG를 해야만 블랙록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로부터 조 단위 투자를 받거나 기업 ESG 채권을 발행할 수 있으니 그 또한 그들의 생사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그런 거대 자산운용사의 관심 밖임에도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가 해야만 하는 금과옥조(金科玉條)로 ESG 경영을 강요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이 지켜야만 하는 법의 기준이 선진국 이상으로 가파르게 상향돼 이제는 준법 경영하는 것만도 힘든 형편이다.”

    그러자 강사는 “중소기업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로부터 투자받는 목적뿐 아니라 ESG를 원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의 부품 공급 라인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의 ESG 요구 조건’을 예로 들었다. 필자는 이런 RE100을 요구하는 선진국 기업이 그들의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국 조립 공장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과도한 초과근무 그리고 높은 자살률을 외면하는 양면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풀린 과잉 유동성을 공격적으로 회수하면서 주가는 가라앉고, 규모가 큰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ESG 펀드는 지난해 말 거의 소멸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ESG 펀드를 만들어 투자 붐을 촉발했고 다보스에 초청받은 세계 셀럽들이 ESG를 부추겼다. 다보스는 그간 ‘새로운 현실’ ‘대전환’ ‘새로운 세계’ 등 거창한 담론 가운데 블루오션, 4차 산업혁명, ESG, 탄소중립 등 미래 산업을 띄운 바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와튼 스쿨 교수였던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약 20년 전 저서 ‘수소 경제’에서 조만간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수소 외에는 대체에너지가 없기에 2020년쯤 본격적인 수소 경제가 도래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의 80% 이상은 여전히 화석연료로부터 얻고 있다. ESG를 절대 선(善)으로 외쳤던 전문가와 지도자, 자본가는 ESG가 왜 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하고 여름날 한 식경 폭우나 광풍처럼 지나갔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아 번성하는 시점은 인간이 이성으로 의도하고 예측하는 타이밍과는 사뭇 다르다. 결국 시장이 원하는 타이밍과 맞지 않는 명분은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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