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질촉매업체 나노가 에티오피아 박사들을 채용한 까닭은

업체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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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상주에 본사를 둔 탈질촉매 제조업체 (주)나노(대표 신동우·62)는 에티오피아의 최고 명문 대학인 아디스아바바 대학 학부 출신 박사들을 최근 3년새 3명 채용했다. 단순한 생산직 인력이 아니다. 화학공학박사 학위자들이다. 이들은 아디스아바바 대학에서 화학공학 학부를 마치고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후 과장급으로 특채돼 연구개발과 해외영업 등을 맡고 있다.


    신동우 대표는 28일 기자에게 “2020년에 1명, 2022년 4월에 1명  뽑은데 이어 지난달에 또 1명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확보한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지방중소기업이면서 제조업을 영위한다면 인력확보가 쉽지 않다”며 “특히 고급인력을 뽑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설명했다.

    기업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데 국내 인력 중 공학박사급이면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근무를 선호해 지방 중소기업으로선 이들을 확보하는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개발인력의 글로벌화로 방향을 틀었다. 새로운 인재확보에 도전한 것이다. 그렇다고 몸값이 비싼 미국이나 유럽의 고급인재를 확보할 순 없었다.


    그러던중 지인인 민화식 전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가 에티오피아의  MIT로 불리는 아디스아바바대학  화공학부 학장으로 취임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고 이들중  16명을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전쟁 참전국이기도 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국가중 한국과 여러 가지로 인연이 있는 나라다. 대학에서 영어로 교육시켜 영어는 모국어 수준이다.

     

    민 교수 소개로 수년전부터 이들을 매년 나노에 초대해 공장을 견학시키고 식사와 선물을 주며 격려해오던  신 대표는 이들이 박사학위를 따도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 가운데 가디사 베켈차 테스파예 박사를 2020년 채용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나노 근무를 희망해 올해 4월 아베베 메드헨 원드워슨 박사와 10월 젤라렘 레수메 룰레 박사를 채용해 잇따라 3명이 나노에서 일하게 됐다. 이들에겐 내국인 과장급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

    가디사 베켈차 테스파예 박사 / 사진 =나노 제공
      가디사 베켈차 테스파예 박사 / 사진 =나노 제공


    신 대표는 이들이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할 수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선 이들이 좋아하는 호밀빵 바게트빵 등 다양한 빵을 상주시내에서 사다가 저녁에 경비실에 맡겨둔다. 이튿날 아침 이들이 출근하면서 각자 좋아하는 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식당의 메뉴도 이들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공했다.

                                    아베베 메드헨 원드워슨 박사   / 사진=나노 제공 
       아베베 메드헨 원드워슨 박사   / 사진=나노 제공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경력이 있는 한국어선생도 섭외해 일주일에 2회 한국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들은 모두 KTX김천구미역 가까운 오피스텔에 숙소를 정해 주말이면 편리하게 국내 여행을 하도록했다. 가장 먼저 입사한 직원은 근무중 에티오피아에 가서 결혼한 후 부인을 초청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이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젤라렘 레수메 룰레 박사  / 사진=나노 제공
      젤라렘 레수메 룰레 박사  / 사진=나노 제공


    그는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좋은 인력을 데려와 이들이 회사에 헌신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주공장내 기숙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지낸다.

    나노는 한양대 공대(학사)와 KAIST(석사)를 거쳐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재료공학박사를 취득한 신동우 대표가 1999년 설립한 업체다. 그는 세계적인 논문을 100여편 발표하기도 했다. 경남 진주 소재 국립경상대 교수로 임용돼 학생을 지도하던중 외환위기이후 제자들이 한명도 취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며 대학내 실험실에서 창업해 제자 4명을 취업시키고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그뒤 본사를 진주를 거쳐 자신의 고향인 상주로 옮겼다.

     

    주요 제품은 탈질촉매다.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소재다. 창업후 국내 시장을 지배해온 일본 제품을 대부분 대체했다. 사업초기 촉매 필터 매출은 초기에는 발전시장에 주로 의존해왔으나 최근 국내 대기환경 규제가 강화됨에따라 이젠 발전 분야 35%, 조선 분야 25%, 산업과 설비 분야 각각 20%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신 대표는 “나노는 올들어 3분기까지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50%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고급인력과 유능한 청년들에 의해 결정된다”며 “에티오피아인 박사들이 잘 적응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나노의 경영 이념인 ‘사원의 행복’과 ‘맑은 공기’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필립 중소기업전문기자  salzburg77@ok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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