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발전을 이끌 공학 교육 유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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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청년기 독일, 영국, 일본에서 공학 교육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각 나라의 특색 있는 공학 교육과 그 나라의 경쟁력 있는 산업과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전 독일 막스플랑크재료연구소 연구원, 전 일본 
국립 무기재질 연구소 펠로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전 독일 막스플랑크재료연구소 연구원, 전 일본 국립 무기재질 연구소 펠로

    40년 전 독일 막스플랑크재료연구소는 금요일 오후 주말이 시작됐고 여름 휴가는 한 달이었다. 당시 한국은 주말 없이 야근을 밥 먹듯 하던 때였다. 어떻게 독일은 이렇게 짧게 일하고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무엇보다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잘 구분했다. 전통적으로 독일의 산업 현장은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를 가급적 줄이면서도 제품 경쟁력을 향상시켜 노동자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가능케 한 근본은 공학 교육이 이론 또는 현장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현장이 주도하는 이론을 습득하는 방향으로 잘 정립됐다는 데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품질과 제품 혁신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결국 독일의 산업 경쟁력은 현장과 이론이 잘 결합된 산업 인력의 인적 자본 강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영국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첫 만남에서 지도교수는 나의 독창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고 했다. 영국 교육은 우리의 서당식 교육이다. 매주 지도교수의 개인교습(튜터링)을 받았고 대부분은 생각하는 법을 교육했다. 영국의 공학 교육은 창의적인 생각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기에 영국은 창의적인 제품과 산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품을 값싸고 내구성 있게 제조하는 데는 약하다.

    영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일본이 한창 세계 전자제품을 주름잡던 시기에 쓰쿠바(筑波)에 소재한 국립 무기재질 연구소에 근무했다. 국립 연구소 내 일본 연구원은 모두 공무원 신분이었다. 연구비 걱정 없이 평생 한가지 소재 연구에 몰두했다. 연구소 내 기능인이 따로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자기 손으로 실험했다. 나와 같이 일하는 연구원은 주기율표 두 번째 줄의 원소를 차례대로 번갈아 가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소재와 결합하는 연구를 평생 한다고 했다. 앞서 퇴임한 연구원은 주기율표의 첫 번째 줄 원소를 번갈아 가면서 결합하는 연구를 했다고 한다. 영국 교수가 들었으면 매우 황당한 발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를 이어 가면서 동일한 실험 방법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쌓아 놓으면 언젠가는 매우 창의적인 발견이 이뤄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20~30년이 지나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온 것은 이런 일관되고 연속적인, 어쩌면 무식한 연구가 축적된 결과라 생각된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 지방 소재 공과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됐다. 부임한 학과의 교과목을 어떻게 정했는지 묻자, 서울대 같은 학과 교과목과 유사하다고 했다. 다시 서울대에 어떻게 교과목을 정했는지 문의하자 미국 MIT 등 명문대 교과 과정과 유사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서열과 대학 내 학과 서열은 수능 점수 배치표에 의해 거의 결정된다. 그리고 특정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간 점수 차는 매우 좁다.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에게 미국 명문대의 교과 과정과 유사한 과목을 전국 대학의 같은 학과에서 똑같이 가르치는 공학 교육은 각기 다른 능력의 인적 자산을 효율적이고 실용적으로 산업에 투입하는 교육이 될 수 없다.

    현장 교육을 ‘손’이라 하고, 이론 교육을 ‘머리’라고 하면 각각 10점 만점에 독일은 ‘손’ 9점, ‘머리’ 8점의 공학 교육이다. 영국은 ‘손’ 6점, ‘머리’ 9점이고, 일본은 ‘손’ 9점 ‘머리’가 6점, 한국은 ‘손’ 6점, ‘머리’ 7점을 주고 싶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자는 현장이 주도하고 학생이 자발적으로 배우는 공학 교육을 시도했다. 먼저 실험실의 연구 결과로 창업한 후에 그 아이템을 산업화하는 데 필요한 길고 긴 상용 기술은 현장과 시장에서 스스로 개발하게 했고, 이를 이용해 학·석·박사 학위 논문을 쓰게 했다. 이렇게 보다 실용적인 우리나라 공학 교육의 롤 모델을 만든 지 올해로 24년째다. 이 계획에 동참한 창업 동지들은 대부분 국내 공학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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